무각사에서부터 흘러가는 원형을 찾아 본 전시 안녕하세요. 미미레터 구독자 여러분.
흘러가는 계절 속에서 4월의 벚꽃이 피고 지는 순간을 어떻게 즐기셨나요?
학부 때 수업에서 벚꽃을 주제로 사진을 찍었었는데요. 그때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누군가는 벚꽃을 얼리고, 누군가는 떨어진 벚꽃잎을 주워서 모으고, 누군가는 벚꽃을 닮은 사람을 담고. 한 가지 단어로도 우리는 다양한 의미들을 생각하고 표현하는구나 느꼈던 시간이었어요.
작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표현을 볼 수 있는 비엔날레가 4월, 광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제14회 광주 비엔날레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입니다. 이질성과 모순의 속성을 수용하는 물의 속성에 주목하는 전시로 다른 비엔날레보다 다양성에 대해 주목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당일치기로 광주비엔날레를 다녀온 이야기 지금부터 들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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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나주곰탕 - 무각사 - 티 에디트 -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 호랑가시나무 창작소 - 오늘은샌드위치 - 광주비엔날레 - 국립광주박물관 - 여행자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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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전역에서 열리는 광주비엔날레는 지역의 역사적, 건축적 의미가 있는 장소들에서 전시를 각각 진행했습니다. 오전 시간을 여유롭게 둘러보고 싶어서, 무각사를 먼저 방문했어요. 비엔날레 전시관이 많은 만큼 전시 동선을 짜는 것도 고민이 되실 텐데요. 무각사 코스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위 사진은 제가 광주비엔날레에서 가장 좋았던 작업이에요. 류젠화 작가의 '숙고의 공간'입니다. 전시 기획 의도에 맞으면서도 제 취향을 저격당한 작품으로, 전시장에서 검은 원형 도자에 비치는 제 모습을 보자마자 마음의 파동이 일렁였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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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 이른 아침 서울에서 출발한 터라 내리자마자 바로 역 앞 국밥집으로 달려갔어요. 국물 한 입에 시원해진 뱃속. 어렸을 때는 시원하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알 것 같네요. 시원함(=얼큰하고 따뜻함). 고춧가루와 파의 조합이 칼칼하고 시원함을 선사합니다. 아침으로 먹기에 조금 자극적이어서 저녁에 가시는 것을 더 추천드려요! |
인상적이었던 것은 맛의 도시는 역시 밑반찬부터 달랐다는 점. 김치가 깍두기, 배추김치, 파김치 3종이 나오더라고요! 어떤 매체에서 보았던 "광주는 아무데나 가도 다 맛있어."라는 글이 생각났네요. 깍두기가 달달해서 가장 많이 먹었어요. 항상 미미레터 쓰면서 음식 사진 보면 파블로프의 개가 되어버리는 현상 발생...! 광주 또 가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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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시작이었던 무각사. 무각사로 진입하는 진입로에 나무들로 둘러싸인 길을 지나며 도심 속의 쉼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시를 보기 전과 보고 난 후의 무각사 중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는데요, 원형 도자 작업을 보고받은 감동이 이후 전시의 작업들을 원형 중심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전시는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변하게 해줘서 좋은 것 같아요. |
전시장 동선은 지하로 먼저 내려갔는데요. 내려가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업은 홍이현숙 작가의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입니다. 월출산 암벽을 등반하는 작가의 감각을 시선과 호흡으로 느껴볼 수 있었어요. 영상 제목을 보고 "나는 이 영상을 보며 무엇을 만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코로나 이후 비대면의 시대에 작가가 제시하는 감각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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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각사에서는 유난히 시선의 방향이 나에게로 가깝게 향하는 작업들이 많았는데요. 작가 다야니타 싱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있는 모나의 영상을 담은 작업이 꾸밈없이 편안한 모습을 담고 있어 편안했어요. 최근 미디어에서 보이는 나의 모습, 사람들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있을 때의 모습이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무각사에는 '로터스 아트스페이스'라는 전시 공간이 있었는데요. 대나무숲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이 인상적이었어요. 현재 전시 공간에서 '물'을 주제로 '수묵 물 표현'을 한 문봉선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비엔날레의 주제와의 연계성, 공간과의 분위기 조응이 좋았던 작업이었어요. 시간이 여유로웠다면 자리에 앉아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전시를 당일치기로 봐야 하는 바쁜 현실이 아쉬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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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각사에서 나에게로 향하는 시선과 원형의 형태를 바탕으로 고요한 마음이 생겨서, 이 마음을 이어서 차를 마시러 갔습니다. KTX 매거진에서 우연히 보게 된 광주의 로컬 티와 작가를 이어주는 티 에디트는 오래된 한옥을 살려서 만든 고즈넉한 공간이었어요. 다양한 차 종류와 아름다운 다기, 작품들에 대한 소개까지 차를 마시면서도 다채로운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
시켜보고 싶은 차들이 많았지만, 고민하다가 춘설 홍차를 시켰어요. 차는 따뜻하고 끝 맛이 살짝 달콤해서 차를 마시는 시간이 행복해졌습니다. 저는 흐르는 시간을 지켜볼 수 있는 시간들을 좋아하는데요. 차를 마시는 시간은 다기를 데우고, 찻잎을 넣고, 우리고, 거르는 과정 속에서 그 시간을 오롯이 감각할 수 있어서 좋아합니다. 차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광주가실 때 꼭 들러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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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는 작업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각 장소별로 이동하는 풍경을 보는 재미도 있어서 좋아요. 광주의 문화예술이 꽃 피는 양림동에는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이라는 갤러리가 있는데요. 향하는 길의 녹음이 너무나 아름다워 계절을 감각할 수 있었답니다. |
가장 신기했던 앤 덕희 조던작가의 작업들. 물 아래의 세상에 대해서 연출해놓은 전시장에서 잠시 이 세계를 감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프리다이빙을 즐겨 하는 작가가 영감을 받은 세계는 신기하면서도 나와는 다른 움직임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무섭기도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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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옆에는 아티스트 레지던시인 '호랑가시나무 창작소'가 있었는데요. 비엔날레 전체 주제인 '물'의 속성과 반대되는 '불'을 주제로 한 작가들의 작업을 볼 수 있었어요. (이런 기획들 좋아해서 흥미진진했던...) 전시장 내부 디피도 재미있었네요. |
전시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고 받은 굿즈. 불을 켤 수 있는 라이터를 받았어요. 다양한 색상 중 제가 좋아하는 초록색을 선택했답니다. 라이터 켤 때마다 전시장 안에서 모닥불 멍을 때리던 순간을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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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광주비엔날레 감상의 새로운 목표는 "전시를 일처럼 보지 않고, 여유롭게 즐기면서 보자."였는데요. 비엔날레에 출품되는 작품의 수가 방대해서 항상 갈 때마다, 공부하러 보러 가는 것 같더라고요. 즐기기 위해서는 항상 맛집이 필수! 양림동의 샌드위치 맛집, 오늘은 샌드위치에서 수제 리코타치즈 샌드위치를 먹었어요. 신선한 맛과 깔끔한 커피까지 더해져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답니다. |
1박 2일로 왔었어야 하는 데를 계속 생각했던 이유 중 하나인 양림골목 비엔날레. 시간이 없어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과 창작소만 보고 오긴 했지만, 비엔날레 기간에 맞춰서 양림동 양림골목 비엔날레가 함께 진행되고 있더라고요. 지나쳐온 공방 하나가 아직도 계속 가보고 싶은데, 광주비엔날레는 1박2일을 기본으로 짜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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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마주한 광주비엔날레관. 1관을 보는데, 지난 비엔날레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올랐어요. 지난 비엔날레는 매표부터 전시관까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이 관람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올해는 1관의 고요한 연출이 전체 주제를 관통하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불레베즈웨 시와니 작가가 설치한 어두운 전시장 속 달려있던 밧줄들과 수조에 물이 담겨 있는 설치물과 몸짓이 담긴 영상의 조합이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들의 마음을 다독여준 것 같아요. |
비엔날레관 각각의 주제는 사실 키워드가 은유적이고 추상적이라 조금 어려웠어요. '은은한 광륜', '조상의 목소리', '일시적 주권', '행성의 시간들'. 또, 전체적으로 작품의 밀도가 높아서 하나하나 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큐레이터가 추천하는 작품들을 다시 한번 조명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시각장애 학생들이 감각적으로 표현한 조형물을 재해석한 엄정순 작가의 '코없는 코끼리'를 눈을 감고 만져보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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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에 꽂혀 있던 상태에서 눈길이 갔던 작업, 차이쟈웨이 작가의 '나선형 향 만트라-반야심경'. 한순간에 사라져 버릴 수 있음을 표현한 설치물들이 좋았어요. 설치가 공중에 떠있던 것도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에 잘 맞아서 설치 방법도 흥미로웠습니다. |
비엔날레 전시관에서 학생들끼리 보러 와서, 서로 작품을 보며 의견을 나누는 장면을 보며 괜히 부럽기도 했는데요.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즐겨보고 싶네요. 미미레터 구독자분들 중에 저랑 함께 전시 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으신 분들은 DM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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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관을 다 보고 나서 조금 지쳐있는 상태로 도착한 국립광주박물관. 캔디스 린 작가의 '리튬 공장의 섹스 악마들'이라는 작업을 보고 다시 에너지를 충전했어요. 홈페이지의 설명을 보면 한 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리튬 배터리 생산 기업이 위치한 곳이자 도자기를 대량 생산한 역사가 있는 곳이라 작가는 대량생산의 역사를 연구했다고 합니다. 요즘 열일하고 있는 노동자로써 대량생산 시스템이 과연 제 노동과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이 맞는가라는 의문과 공감으로 설치 작업들을 바라보았네요. |
처음 시작인 무각사에서도 원형의 도자 작업에 반영된 나를 바라보고, 마지막인 국립광주박물관에서도 도자 작업의 원형 시계를 보며 흘러가고 있는 시간과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저의 모습을 돌아보았습니다. 물처럼 흘러가며, 유연하게 돌아가며, 하나의 흐름으로 모이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방식을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전시. 어렸을 적 많은 사상가들의 이야기 중 노자와 장자의 이야기를 가장 공감했던 터라 이번 전시가 은은하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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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박물관 내에도 기념품 숍이 있긴 했지만, 취향에 맞는 굿즈를 찾아 마지막으로 도착한 장소 ' 여행자의 집'. 광주 비엔날레 전시뿐만 아니라 광주의 골목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들러서 정보를 얻어 가세요. |
공간 내 굿즈 숍에서는 엽서, 마그넷, 스티커 등 광주와 관련된 다양한 굿즈들을 볼 수 있었어요. 저는 광주에서 봤던 택시 정류장의 초록 노랑 디자인이 인상적이어서, 택시 마그넷을 기념으로 구입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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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개의 마그넷 모으기를 목표로 정한 "한 달에 한 번 예술여행". 벌써 4번째 여행지를 다녀왔는데요. 5월의 예술 여행지는 어디일지도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아래 링크로 추천 여행지 남겨주시면 대신 다녀와볼게요. 지난달 인터뷰를 하며 미미레터에 대한 미래를 꿈꿔보기도 했는데요. 언젠가 미미레터 구독자분들과 함께 미미레터 여행을 함께 떠나기를 그리며 이번 뉴스레터를 마무리합니다. 4월의 마지막 날, 안온한 밤 보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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