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다가온 계절 걷기 좋은 바다 동네 산책 미미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어느덧, 벌써. 3월의 미미레터입니다. 취뽀를 하자마자 바로 부산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요. 출장이 끝나고 부산에서 하루를 묵으며 혼자만의 여행을 하고 돌아왔어요. 하루는 부산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에 머물며 기다림의 시간을, 하루는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동네를 거닐며 유유자적한 산책을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현재 부산에서 가장 핫한 전시, 무라카미 좀비전으로 시작해서 제가 좋아하는 광안리 바다와 수영구의 동네들을 산책하는 여행입니다. 바다와 산책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부산 수영구 산책을 놓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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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 부산시립미술관 - 우연한 서점 - 톤쇼우 광안점(저녁) - 더뷰게스트하우스(숙소)
🏃둘째 날 : 광안리해수욕장 - 럭키베이커리 - 시아씨 - 타타에스프레소바 - 수영사적공원 - 공간힘 - 씨맨즈클럽 - 코카모메초량점 - 동백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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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부산 여행은 피곤한데, 예뻤어요. 무라카미 전시에서 마음에 와닿았던 플라워 그림처럼요. 미미레터 덕분에 출장이 끝나고 나서 혼자 보냈던 시간이 달콤했지만, 동시에 출장 뒤의 여행은 힘들기도 했어요. 평소보다는 전시를 말 그대로 보기만 했던 것 같아요. 특히 무라카미 좀비전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오래 응시하고 생각하기보다는 짧게 보고 지나쳤던 전시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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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좀비'전에서 도슨트를 듣고 있는 관객들의 모습. 저는 평소 도슨트를 잘 듣지 않는 편인데요.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는 공간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도슨트를 들으며 전시를 보는 것에 자유로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여행을 할 때도 패키지여행보다 혼자서 하는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것처럼요. 물론 도슨트를 가끔 듣다 보면, 전문가가 전달해 주는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 등 작품과 연계된 이야기들을 알게 되기도 해서, 필요에 따라 듣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
사실 무라카미에 대해서 잘은 몰랐지만, 어렸을 때부터 저 꽃은 엄청 많이 봤어요. 길거리에서 파는 키링, 인형, 지갑 등 웃고 있는 꽃그림이 그려진 제품들로부터 그를 인지하게 되었는데, 무라카미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브랜드 '카이카이키키'의 대표이기도 해요. 전시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그가 쓴 예술기업론의 문장이었는데, 예술에서 지속가능성의 중요 꼭짓점 중 하나는 결국 비즈니스적 관점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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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엄마와 함께 전시를 보러 온 아이와 함께 좀비를 한참 쳐다보고 있었는데, 기괴하다는 생각을 하며 이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아이는 좀비 강아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라고요. 참 징그러운 와중에 내장 안의 캐릭터와의 아이 콘택트가 정말 징그러웠던 포인트였어요. |
이 전시에서는 작품이 감동적이기보다는 무라카미라는 사람과 그의 생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호응을 한 것은 그가 전략적 사고를 통해 그의 세계관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업보다 예술가 그 자체가 더욱 재미있었던 인터뷰 영상을 보며 무라카미의 작업과 생애에 대해 더욱 알고 싶어졌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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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쇼우 대기를 기다릴 겸 근처에 있는 우연한 서점에 들렀습니다. 햇살이 반짝이던 짧은 순간, 소파에 앉아 책을 읽으며 사과 에이드를 마셨습니다. 좋아하는 요소들의 삼합은 굉장히 설렜어요. 공간 안을 가득 채운 음악들에도 취향 저격 당해서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했답니다. 그런데, 테이블링 예약 알림을 놓칠까 두근거려서, 책에 집중이 잘 안되긴 하더라고요. 핫 |
우연한 서점의 재미있었던 기획은 블라인드 북 '나이책'이었습니다. 블라인드 북 표지의 나이는 데뷔한 작가의 나이, 작품이 쓰여진 때 작가의 나이, 혹은 작중 인물의 나이라고 해요. '나이'를 중심으로 한 작가와의 만남이 어떠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킬까 기대하며 책을 풀었는데 니콜 크라우스의 장편소설, '사랑의 역사'를 만나게 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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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작년에 부산에서 가장 핫했던 돈가스집, 톤쇼우. 아직도 인기 많은 톤쇼우는 테이블링에서 미리 예약했더니 이른 저녁 시간에 맞춰서 먹을 수 있었어요. 오픈 키친 인테리어로 만드는 과정을 직관할 수 있어서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톤쇼우'가 직역하면 돼지의 웃음이라는데, 이미지만큼이나 잔인한 텍스트였네요. |
로스 카츠는 적당히 기름지고, 부드러웠습니다. 소금에 찍어 먹는 게 가장 맛있었어요. 돈가스 나오기 전에 먹었던 수프와 된장국도 인상적이었는데, 둘 다 깊이 우러나온 육수의 맛 덕분에 돈가스를 먹기 전과 먹고 나서 깔끔함을 더해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살짝 기름질 때 쯤 와사비를 더해서 먹으면 코끝이 찡해지는 느낌과 깔끔해지는 혀끝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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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대교의 야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더뷰 게스트하우스. 이날 굉장히 피곤해서 교류는 따로 하지 못하고 씻고 바로 잠들었어요. 합리적인 가격에 깔끔한 침구류, 파티 분위기의 게하가 아닌, 조용한 게스트하우스. 친절한 주인장까지. 삼박자가 만족스러운 숙소였습니다. |
다음 날 아침, 간단하게 아침 먹으며 바라본 풍경. 높은 건물이 없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또 부분적으로 보이는 광안대교 뷰를 볼 수 있는 프레임이기도 했네요. 화장대, 드라이기 등이 구비되어 있어 편리하게 외출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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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광안리는 항상 붐비는데, 아침에 일찍 나왔더니 한적하게 바다 산책을 할 수 있더라고요. 제가 부산에서 살고 싶은 동네가 광안동이라 간접적으로 하루 살아보는 경험을 해본 것 같아요. 부산 한 달살기가 광안리에서 있다면 전국적으로 굉장히 유명해질 것 같은데 말이죠. |
광안리의 멋스러운 풍경중 하나는 바닷가에 설치된 파라솔입니다. 저도 다음에 광안리에 온다면 개인 의자를 하나 가져와서 사람이 없을 때 바다멍을 하고 싶었답니다. 파도소리를 가깝게 들을 수 있는 자리여서 캠핑의자가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도전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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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산행에서 알게 된 럭키베이커리. 사워도우로 유명한 빵집이라고 합니다. 아침을 구매해서 먹고 있는 동안 정말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어요. 여행객 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친절한 두 분이 기분 좋은 빵 냄새와 함께 반겨주시며, 가게 안은 신선함과 부지런함의 콜라보로 점철되어 있었습니다. |
럭키 베이커리 앞의 자리에서 앉아서 브런치를 먹고 있는데, 손님들이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셨어요. 외국인 손님들과 마주쳤는데, 반갑게 인사해 주시는 모습에 괜히 좋아지는 기분! 수프는 뜨끈뜨끈하고 구수해서 좋았습니다. 카프레제 샐러드는 폭신폭신한 빵에 짭조름함과 신선함이 더해진 맛이라 브런치로 꼭 드셔보셨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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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베이커리 맞은편 풍경이에요. 브런치를 즐기고 있는데, 드르륵 열리는 문. 매장 안 음악 소리가 들려오고, 햇빛이 드리운 그림들에 점점 눈길이 갔습니다. 시아씨는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상점과 제휴를 맺고 정식 수입 판매하는 공간으로 미술 전시회 포스터와 인쇄물을 구매할 수 있어요. |
옆집에서 커피 주문을 해놓고 취향에 맞는 그림이 있는지 둘러보는 순간이 즐거웠습니다. 수영구 버뮤다 삼각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베이커리-그림-커피의 삼각 조합에 꽤 오랜 시간을 머무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세 가게가 다 햇살이 잘 들어오는 곳이라 더 머무르고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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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베이커리에서 빵과 수프를 먹고 나니, 당기는 커피. 마침 맞은편 카페에서 나는 향기를 따라 저는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게 됩니다. 필터 커피가 있는 카페 타타에스프레소바에서 천천히 커피를 내려주시는 사장님을 기다리며 가게 앞 의자에 잠시 앉아있었어요. |
산미가 나는 원두로 내린 드립 커피를 마시며, 햇살을 즐길 수 있었어요. 골목 일대로 카페, 소품 숍, 공방 등이 많아서 구경할 것들이 많았어요. 수영구가 부산에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동네라고 하던데, 저도 부산에 살면 수영구에 살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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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있는 공원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이 됩니다. 수영사적공원은 특유의 고즈넉함이 있는 공간으로, 어르신들이 바둑을 두는 공간,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하는 산책길, 가족들이 함께 집 앞 소풍을 즐길 수 있는 벤치 등이 있어서 좋았어요. |
산책하다가 너무 잠이 쏟아져서 잠시 누워있으려고 했는데, 비둘기떼의 공격으로 누울 수 없었다는 슬픈 이야기. 잠시 쉼의 시간을 가지고 근처의 주택 사이사이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수영구는 오래된 낮은 주택 사이로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는 재미가 있는 동네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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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힘에서 작년에 인상 깊었던 작업을 봤던 기억에 이어, 같은 자리에서 또다시 인상적인 작업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신정혜 작가의 숨바꼭지라는 작업이었는데요. 남자 아이돌의 생태계를 집요하게 추적한 작업의 주제가 생소해서 굉장히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었어요. 영상 너무 재미있어서 넋 놓고 보았습니다. |
다음으로 재미있게 보았던 작업, 양지훈 작가의 '포수'. 작가는 이미지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과정에서 외면당하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관성적인 재현, 구경거리가 된 불행.'이라는 말이 굉장히 와닿았는데요. 재현을 함에 있어서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을 줄 수 있는 작업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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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근처의 항해 콘셉트 카페, 씨맨즈 클럽. 카페의 인테리어와 소품들, 카페 메뉴들까지. 바다의 향기로 가득한 카페에요. 부산을 떠나기 전에 머물면서 여행의 기록을 정리하기 좋은 공간입니다. |
이 집, 밀크티 잘하는 집이에요. 은은한 달콤함이 입안에 감도는 맛입니다. 잔도 작고 귀여워요. 콘셉트 장인의 향기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귀여움을 좋아하신다면, 놓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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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추천으로 함께 가게 된 텐동집. 부산역 근처 이바구길에서 부산항을 풍경으로 맛있는 텐동을 먹을 수 있어요. 평일 저녁이라 사람들도 붐비지 않아서 둘이서 여유롭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
친구피셜 텐동 1등 집이라고 해서 가게 되었는데, 짜지 않은 텐동과 적당한 튀김옷이 먹기 좋았어요. 레드락 생맥주가 텐동과 함께 페어링 하니까 엄청 맛있더라고요. 오랜만에 친구랑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게 식사를 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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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은근히 지역 관련 기념품을 살 수 있는 소품 숍이 많이 없는데요. 부산역 앞에 있는 동백상회에서는 부산의 지역과 대표 상품을 형상화한 캐릭터, 일러스트 기념품들을 볼 수 있어요. 부산을 대표하는 기념품들이 다 있어서, 열차를 기다리면서 구경하기 좋습니다. |
부산의 공식 캐릭터 부기로 만든 자석. 자석인가? 싶었는데, 자석이더라고요. 정말 작은 미니 자석으로 귀염 뽀짝 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자석 중에 가장 작은 사이즈. 접착력이 살짝 걱정되긴 하는데, 다른 자석들과 같이 잘 붙어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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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다니면서 여행을 하는 것은 쉽지 않구나 하고 다시금 느끼며, 올해 미미레터를 한 달에 한 번씩 나를 위한 시간을 위해 꼭 다녀야겠다고 또 한 번 다짐했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소진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다시 건강해지기 위해서 나를 보살펴야 하는 것도 결국 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러분은 요즘 일을 하면서 어떤 상태이신가요?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잘 보내고 계시나요? 유한한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 우리 혼자 떠나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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