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라는 별명이 있는 도시는 어디일까요? 미미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
봄의 다가옴을 감각할 수 있는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해서 밖에서도 들고 다닐 수 있게 된 제 모습을 보며, 어느덧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봄을 맞이하고 계시나요?
2월의 여행지는 마계라는 별칭이 붙은 도시 인천입니다. 사실, 저는 '마계인천'을 이번 인천 여행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마계'의 뜻을 풀이하자면 '악마의 세계'라고 합니다. 영화나 미디어에서 범죄 장르의 배경으로 인천이 종종 등장하곤 하는데, 이렇듯 항구 도시들이 가지고 있는 다소 거친 이미지를 마계라는 단어로 이미지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계인천이라는 수식어와는 달리, 인천은 고즈넉한 개항장의 구도심을 즐길 수 있었던 여행지였는데요. 인천역에서부터 동인천역 일대를 걷다 보니, 근현대 역사를 생생하게 남아있는 건물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인천은 수도권에서 9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여행지여서, 지하철을 타고 당일치기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가벼운 산책처럼 다녀온 인천 여행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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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면옥 - 자유공원 - 인천아트플랫폼 - 포디움 126 - 공간 운솔 - 개항백화 - 삼대인천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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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천 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마주한 강렬한 시선. 괜히 "마계인천이 이런 모습일까?" 하며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찢어져있는 이미지라서 더욱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마계라는 단어가 서브컬처가 살아있는 도시인 인천과 잘 어우러지는 이미지라고 생각했는데요.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용하는 수식어가 아닌, 새로운 문화와 재미를 수식하는 긍정적인 이미지의 마계인천으로 다양한 기획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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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속담인데요. 동인천 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점심부터 먹으러 갔습니다. 경인면옥은 1940년대부터 신포동 거리를 지켜 온 냉면 전문점입니다. 간판 옆구리에 앙증맞게 붙어있는 냉면이라는 글자가 귀여워서 찍어봤어요. 오래된 맛집답게 평일 점심시간에도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었습니다. 가게의 벽면에 붙어있는 기사들과 오래된 사진들로 세월을 짐작해 볼 수 있었던 공간이었습니다. 인천에서 평양냉면을 경험해 보고 싶으신 분들은 방문해 보세요. |
냉면을 다채롭게 즐기는 네 가지 방법! 첫 숟가락은 섞지 않은 상태로 육수를 한 모금 들이켭니다. 양조간장의 짭조름한 맛과 풍미를 느낄 수 있어요. 두 번째 숟가락은 면을 풀어서 육수와 잘 섞어줍니다. 메밀향과 육향이 잘 어우러지는 국물을 즐길 수 있어요. 세 번째 숟가락은 기호에 맞게 식초와 겨자를 섞어서 먹습니다. 평소엔 거의 잘 넣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세 번째 맛을 즐기기 위해 넣어봤어요. 마지막 숟가락으로 부드러운 고기와 달콤한 배를 한입에 넣으면 조화로운 맛을 느낄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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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적당히 불러오고, 공기는 적당히 찹찹해서 걷기 좋은 순간이 되었습니다. 경인면옥에서 자유공원으로 가는 길을 걷다보면, 각국 조계지 계단에서 내려다보이는 인천항의 풍경이 특히 아름답습니다. 핸드폰 카메라로 담아내지 못함이 아쉬울 정도예요. 인천 여행을 가시는 분들은 자유공원 둘레길을 따라 꼭 걸어보세요. |
자유공원으로 가는 길에는 이음 1977, 제물포구락부, 인천시민애집 등 시민들에게 개방되어 있는 복합문화공간들이 있습니다. 김수근 건축가의 설계로 지어진 주택을 리모델링한 공간 이음 1977, 개항기 인천에 거주하던 외국인들의 사교장으로 활용된 공간을 탈바꿈한 제물포구락부와 인천시민애집 등의 건축물을 보다 보면 근현대 건축문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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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인천아트플랫폼은 개항로 일대의 근대 건축물들을 리모델링해서 조성한 공간으로,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레지던시를 중심으로 전시, 공연, 교육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공간입니다. '비타 노바 _새로운 삶'은 팬데믹으로 이전과 달라진 새로운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 과거의 우리를 돌아보며 새로움을 이야기하는 전시입니다. 10명의 시각예술가들의 작업을 보며 일상 속에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나쳤던 부분을 다시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
위 사진은 배규무 작가가 나무들의 상처를 관찰하고 이를 도예 조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뒤틀려 있는 형상이 어쩌면 지금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지는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다른 존재에게 상처 주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첨예하게 고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그림과 함께 보면 느껴지는 감정이 또 다르니 전시장에 가시는 분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작품을 감상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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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이었던 작업은 비둘기와의 오묘한 동거를 끝내기 전 김아람 작가가 증명사진관에서 찍었던 사진이었습니다. 욕망적인 손에 비해 동시에 불안한 표정이 인상적인 이미지였어요. 비둘기와 5일 동안 맺은 관계의 변화를 담은 영상 작업 <Dove Mom>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피식 웃고 있는데, 이게 왜 웃길까를 생각하다 보면 '인간스러움' 그 자체를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전시장의 한 섹션에는 참여 작가들의 포트폴리오, 전시 도록 등 관련 자료들을 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었어요. 저는 김아람 작가와 김진우 작가의 '예술가의 윤리적 딜레마'를 읽었습니다. 공-원에서의 2인 기획 전시를 준비하며 있었던 과정을 기록한 책입니다. 두 작가가 전시를 준비하면서 발화한 날 것의 이야기들을 통해 "도대체 예술이 뭐길래"라는 자조적 의문과 함께 작업과 사람 사이의 딜레마들에 대해 공감해 볼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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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디움 126은 인더로컬 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는 창작자들의 콘텐츠들을 즐기며 인천에 대해 더욱 잘 알 수 있게 되는 공간입니다. 근대 건축물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인천과 관련된 책과 잡지를 읽을 수 있고, 로컬 창작자들의 굿즈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로컬 잡지 스펙타클을 구매해서 읽었는데요. 인천을 잘 모르지만 이야기를 읽으며 조금 더 지역과 친밀해지는 느낌이 드는 게 로컬 잡지의 매력인 것 같아요. |
메뉴는 포디움 라떼 세트를 시켰는데요. 인천의 오래된 노포인 ' 인천당'의 생과자와 라떼를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생과자를 원래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라떼와 가볍게 즐기기 좋은 적당한 단맛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카페의 메뉴에서도 상생의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몽글몽글해졌네요. 제가 공간에 있을 때 들었던 대부분의 음악은 재즈였는데요. 작년에 푹 빠져버린 Summer time이 흐르는 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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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여행지는 공간 운솔 입니다. 인천 배다리 마을 초입에 있는 전시 공간으로 "예술가들의 예술실험센터"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전시 공간을 방문하게 되면 이 공간의 운영자는 누굴까 항상 궁금해지곤 하는데요. 공간 운솔의 운영자는 고운솔 작가입니다. 관련 인터뷰가 궁금하신 분은 다음 링크에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던지는. 명랑한. 감각' 전시를 보았는데요. 전시 제목 선정 방법이 인상적이었어요. 4명의 작가가 각자의 작업을 펼쳐놓고 이미지에서 연상할 수 있는 단어를 추출했는데, 연상한 단어들이 같거나 유사했다고 합니다. 전시 제목은 공통 단어 중 가장 재미있는 3개의 조합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요. 단체전은 어떻게 하나의 전시로 어떻게 구성했을까가 전시를 보는 중요 요소인데, 이 전시는 조화로움이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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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백화는 개항로프로젝트 팀에서 기획한 공간으로 100가지의 이야기 (百話)가 담긴 개인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이 녹아든 제품을 구경할 수 있는 백화점입니다. 개항로를 따라 걷다가 가볍게 공간과 콘텐츠를 구경하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
개항백화의 2층은 액세서리, 뜨개, 커스텀 스피커 3개의 브랜드가 동시에 운영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스피커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공간 운영자분께서 신청곡을 받아서 음악을 틀어주셨어요. 덕분에 잠시 오롯이 쉬어갈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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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인천게장은 작년에 배민에서 일하는 친구 덕분에 알게 된 맛집이에요. 할머니부터 3대가 이어서 운영하고 있는 백년가게 인증 가게입니다. 속이 꽉 차있는 국내산 꽃게를 사용해서 정말 게장을 먹는 맛이 있는 간장게장이었어요. 평일이라 그런지 홀에 손님이 없길래 포장을 해서 집에서 먹었답니다. |
간장게장 좋아하는 분들은 정말 꼭 한 번 드셔보시길 바라요. 반으로 가르자마자 알이 꽉 차있는 속을 드러낸 꽃게에 밥 한 공기 바로 뚝딱해버린 저녁이었습니다. 짜지 않고 풍미가 깊은 간장의 맛이 게장의 품격을 더욱 높여줍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바로 입에 침이 고이고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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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타고 떠난 인천 당일치기 여행기 어떠셨나요? 가볍게 동네 산책하는 기분으로 다녀올 수 있어서 저는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서울에 거주하고 계시다면, 봄맞이 산책 여행겸 인천으로 떠나보시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P.S. 이번 인천 여행에서는 마음에 드는 자석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뭐예요. 올해 유일하게 세운 새해 목표였는데, 벌써 지키지 못해 깜짝 놀라긴 했지만, 올해 안에 인천 여행을 다시 한번 더 가야겠다는 이유로 남겨두기로 했어요. 여행을 다녀오면 위치 기반으로 뜨는 알고리즘들과 여행지에서 알게 되는 새로운 정보들을 더욱 접하곤 하는데요. 그 아쉬움이 오히려 다음번 방문을 기약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럼 3월의 미미레터도 기대해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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